우리는 대개 회를 싸게 먹을려면 노량진, 가락, 자갈치, 소래포구 등등의 항구나 수산시장을 이용하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마치 옛날에 전자제품은 용산 전자상가에서 사야지 싸다...라는 말과 같다. 깊이 들어가서 발품팔면 싸게 사고 흥정잘하면 싸게 사지만, 역 입구에서 눈탱이
맞으면 시가의 2배는 후드려 맞고 그런 기억을 생각하면, 노량진 수산시장 등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왜 싸게도 비싸게도 먹는 현상이 발생하느냐 하면... 크게 2가지로 이유를 들 수 있다.
A. 그냥 니가 바가지를 써서.
B. 먹는 곳 (양념집)에서 바가지를 써서.
B에 관련해서는 후술하도록 하고, 일단 가장 주요한 이유인 A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상황1
너는 지하철 1 호선 혹은 9호선을 타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도착하였다.
수산시장에 들어오니 초입부터 수산시장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
수산시장에 도착하니 과연 수족관이 좌우로 쭉 늘어져서 ~~수산이란 상호를 단 가게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평범한 20대 대학생이 노량진에 도착했을 때의 시야.jpg
바로 여기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여기서부터 게임이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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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들어서자마자 좌우에서 "삼촌! 삼촌!!" "일단 봐! 와봐!! 뭐 먹을려고? 광어 먹게? 싸게 줄게!!"
"아 몇 명인데? 아! 사라는 게 아니고 일단 와봐 싸게준다니까~"
동시에 2명 3명이서 좌우에서 너를 보고 호객행위를 한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처음 여기오면 정신이 없다.
살짝 가게 쪽으로 몸만 틀면 호객행위하는 사람은 너를 인지하고 이렇게들 질문한다. 각각의 질문들에 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각각의 상황을 살펴보자
Q: 몇 명이서 먹게?
너의 대답: 어... 3명이요
Q: 광어 싸게 해줄게~
너의 대답: 음... 한 마리에 얼만데요?
이 중에 올바르게 대처한 사람이 있을까?
없다. 둘 다 호구인증이다.
저 답변 중에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첫째로, 너는 무엇을 먹을지도 얘기하질 않았다.
광어를 먹고 싶으면 광어를 도미를 먹고 싶으면 도미를... 얼마 없는 돈으로 먹고 싶으면 숭어+잔우럭(서비스)를...
이렇게 구성을 짜놔야 한다.
둘째로, 너는 한 마리에 얼마냐고 물었다.
광어 1kg 짜리도 한 마리고 광어 4kg짜리도 한 마리다. 이건 이건 무척 중요하다.
회는 무조건 가격/Kg으로 따진다. 즉 Kg당 무게로 물어보거나 아예 광어 2Kg 얼마냐고 물어봐야 한다.
저렇게 짧은 한 마디의 대화로 너는 호객꾼에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겠고 3명 호구 오셨으니 아무거나 너 골라주는대로 먹겠나이다." 라고 통보한 셈이다.
# 상황 2
이제 문제점을 알았으니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 이하의 대화를 보자.
호객꾼: 삼촌! 삼촌! 와봐 와봐봐. 아 일단 와봐~ 뭐 먹게? 어? 몇 명이서 먹을려고~ 싸게 준다니까.
너: 음... 3명이니까 광어 2kg정도가 적당한지 싶은데. 키로당 얼마에요?
호객꾼: 아~ 3명? 3명이라... (수족관을 뜰채로 뒤적이면서 일단 광어부터 다짜고짜 꺼내고 무게를 잰다.)
-저울에는 1.8kg가 찍혀있다.-
너: (갑작스럽게 꺼내고 무게 재니까 당황한다.) 저...거 얼마에 주실건데요?
호객꾼: 이거해서 6만원에 해줄게. 이거 싼 거야~ 다른 데 가도 다 이 가격이야~!!
너: (아 시발...어떻게 해야하냐)어... 좀 더 싸게 안되요?
호객꾼: 아...진짜. 아, 그럼!! 내가!! 이거 하나 더 넣어줄게. 깔끔하게! (뜰채로 잔우럭 하나를 꺼내서 바구니에 같이 넣는다.)
그럼 이렇게 해서 머리하고 서더리해서 매운탕 먹으면 3명이면 딱이야.
너: 어... 네. 음... 그럼 그렇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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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봤을 땐 어떠냐? 초반에는 성공적으로 대처한 듯 싶지? 키로당 얼마에요? 까지는 말이야.
그러다가 뜰채로 생선을 꺼내고 저울에 무게를 재자마자 당황하는 모습부턴 말리기 시작했지.
이게 처음 노량진에 가는 너희들의 모습이야. 정신없는 인파와 호객행위에 몇 번 휘둘리면 정신줄 놓고 그냥 당하는 거지.
자, 무엇이 실패요인인지 분석해볼까?
1. 뜰채로 생선을 꺼내고 난 후 급격하게 거래가 진행되는 느낌에 당황한 것
2. 당황한 상태에서 생선을 꺼내놓고 흥정을 하니까 '甲'인 자신의 위치를 모르고 조급하게 거래를 마무리한 것
(생선 꺼내놔도 안 죽어. 괜히 자기 때문에 선도 떨어지는 거 아닌가봐 쓸 데 없는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자들.)
3. 어종의 시세에 대해 모르는 것
다 중요하지만 역시 물건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 만큼 치명적인 건 없겠지.
이제 거래에 관한한 모든 문제점은 인지했다. 특수한 몇몇 사항은 빼고 말이야. 이거는 바로 뒤에서 다루도록 할 게.
그럼 아주 모범적인 상황을 보고 흥정&사례 파트를 마무리할게.
# 상황 3
호객꾼: 삼촌~삼촌~ 뭐 먹게? 싸게 줄게. 광어? 광어? 싸게 준다니까~
너: 음... 광어 한 씨알 2kg 되는 거 kg당 얼마에요?
호객꾼: 2kg라... 몇 명이서 먹을 건데?
너: 뭐 대충 두세명 먹을 것 같은데. kg당 얼마에 해주실 건데요?
호객꾼: (광어를 뜰채로 꺼내며)가만보자... 1.8kg짜린데 6만원에 해줄게.
너: 바구니 무게 빼고하면 씨알 얼마 나오지도 않겠네요.
에이~ 그리고 3kg도 안되는 애를 무슨 kg당 3만원에 해요~ 잘봤습니다~
호객꾼: 아, 잠깐 잠깐만. 그러면은. (뜰채로 다른 걸 꺼낸다. 무게를 재니 2.3kg다)
이걸로 5만원에 줄게.
너: 2kg에 5만원이요? 그래도 에이... 한참 비싼데.
호객꾼: 내가 그러면은... 이거, 이거 우럭 하나 넣어줄게. 그럼 어때?
너: 보면은 이거 양식인데 좀 깎아주시죠. 아, 그리고 7월 8월에 완전 비수긴데... 그냥 싸게 하나 주세요. 슬슬 손님도 얼마 없고만.
2Kg에 그냥 3만 5천원에 해주세요.
호객꾼: ....
너: 내일 월요일이고한데 그냥 해주세요~
호객꾼: 우럭 넣고 4만원.
너: 아 그러면. 저도 더 깎으면 모양새가 좀 거시기하니까. 깔끔하게. 그냥 3만 7천원에 현금으로 드릴게요.
호객꾼: 하...
호객꾼: ... ... 현금? 3만7천원?
너: 네.
호객꾼: 하... 진짜 안남는다 안남아. 그럼 그렇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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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상황은 흥정이 파토 안 나고 끝까지 진행이 되었다는 전제가 붙은 사례다.
위의 사례도 꽤 너절한 흥정이었다.
무슨 말인고하니 돈 없고 대학생이니까 저렇게 깎고깎고하는게 되지만, 보기에는 그다지 바람직한 모양새의 광경은 아닌 셈이다.
싸게 먹는다는 데에 초점을 두고 우리처럼 젊은 나이대니까 가능한 거래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상품은 제 값을 주고 먹는게' 맞다라고 보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상인이 늘 양심적으로 파는 것도 아니니깐 말이다.
실제로 위처럼 거래하면서 가격을 너무 후려쳐서 잡으면 오히려 상인이 손을 내저으며 안 판다는 사람도 있고
흥정이 깨지면 생선 수족관에 집어넣으면서 뜰채 땅바닥에 집어던지면서 들으라는듯이 "아오...씨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싸게 먹는다는 목적으로 이곳저곳 이잡듯이 쑤시는 것도 한 두번 해볼만하지만 무척 피곤하다는 거다.
시세&어종편
자, 이제 일단 기본적인 거래와 노량진의 시스템에 대해선 알았다고 보고 이제는 실제적인 지식인 어종판별법과 시세에 대해서 알아볼게.
모든 활어를 정리할 순 없지만, 이 정도만 알면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있는 활어중의 8할은 안다고 보면 될 거야.
*모든 시세는 가격/Kg. 즉 Kg당 가격이지 한 마리당 가격이 아니다.
최저가는 말 그대로 최저가다. 시세는 매일 변동하고 수급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무턱대고 최저가만 고집하면 거래도 힘들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이 시세는 참고사항일 뿐이며 흥정 중 가격은 유도리있게 결정하도록 하자.
광어
시세
2kg미만: 1~2
2kg~3kg미만: 1.5~3
3kg: 2.5~3.5
3kg 이상 (얘네들은 자연산): 3~5
가장 대표적인 횟감. 사시사철 균일한 맛을 이룬다지만 보통 겨울이 제철이다.
보통 겨울을 나기 위해서 지방을 축적하기 위함이라는 게 제철인 이유인데... 양식이 성행하는 요즘에는 산란을 마친 광어만 아니면 균일한 맛이 아닐까싶다.
광어회는 보통 흰색과 엷은 분홍색을 띈다.
하지만 3kg이상의 대광어로 회를 뜬다면... 마치 도미처럼 분홍빛을 띄는데, 대부분의 생선들은 크기가 커지면 육질이 핑크빛이 돌고 맛도 더욱 좋아진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광어회는 두툼해야지 맛있더라. 얇게 썰면... 으음...
참고로 광어의 자연산/양식산 구별법은 이미 워낙 유명해져있으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올린다.
양식 광어는 배가 흑화현상으로 인해 얼룩덜룩하다.
반면에 자연산 광어의 배는 맨들맨들하고 흰 빛이다.
참고로 자연산광어를 그냥 배가 하얗네로 보고 판단하면 안되고, 아가미부분과 좌우 지느러미도 흑화유무도 꼼꼼하게 따져야 하지만
내 개인적으론 양식과 자연산의 맛 차이는 크게 안 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회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1. 무게 2. 숙성유무 3. 회의 두께라고 본다.
참돔
2kg 미만: 2~3
2kg 이상: 3~4
제철: 늦겨울부터~5월 산란 전
일명 참돔. 아니면 그냥 도미라고 해도 대부분 알아듣는다. (도미는 원래 어종이 아니라 도미과를 총칭하는 말)
보통 학생들이 기분 낸다고 먹을 때 지를 수 있는 가장 호화스러운 생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맛도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참돔은 자연산을 고르는 명확한 구별법은 없지만 보통은
1. 등쪽의 반점이 사파이어처럼 푸르고 빛나고
2. 눈이 마스카라를 칠한 것처럼 짙고 고혹...적이고
3. 콧구멍 2개가 붙어있지 않고 떨어져있다. (양식상은 콧구멍이 합쳐져 1개라고 한다.)
와 같은 방법으로 판별한다. 그러나 이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참돔회는 저렇게 광어회와 달리 상대적으로 진한 핑크빛을 띄고 있다.
참돔회는 껍질을 순간적으로 데친 후 얼음물에 담궈 꼬들꼬들하게 만든 마쓰까와가 별미다. (유비끼라고도 한다.)
다만 머리가 커서 중량대비 횟감(이를 수율이라고 한다.)이 얼마 안 나오기에 가성비가 좋은 생선이라 할 순 없다.
도미도 역시 두텁게 썰어야 맛있다. 다만 낮은 수율로 인해, 두텁게 썰면 한 접시도 다 못 채워서 아쉬울 수가 있다.
(실제로 회를 얇게 써는 이유 중 하나는 접시에 빈 부분이 없도록 하기 위함도 있다.)
참돔은 머리 맛 또한 일품이어서, 매운탕도 좋고 머리를 구운 머리구이도 별미이다.
참돔은 논란의 대상으로 자주 지목되는 점성어와 자주 얽히는 생선인데, 이는 점성어회가 도미와 상당히 유사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뒤에 다루도록 하겠다.
숭어
1kg당 0.7~1.3
제철: 보리숭어로 불리는 4~6월 사이
숭어는 내가 돈 없을 때 가장 자주먹었던 생선이다. 맛도 있고 가성비도 노량진에서 부동의 1위다.
숭어는 대체적으로 무게가 어느정도 다 나가기 때문에 낮은 수율에도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숭어회는 다른 회와 비교해보면 사실상 붉은빛의 육질이다. 그래서 저렴한 생선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친구들하고 같이 모듬회를 먹게되면
숭어가 꽤나 빛나는 존재감을 선보인다. 맛도 괜찮고, 적당한 두께로 (광어보단 살짝 얇게) 썰어먹으면 씹는 맛도 괜찮다.
다만 매운탕 거리로는 가장 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어종이며, 서해산은 뻘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뻘냄새가 난다는 평도 있다.
일단 노량진에서 먹은 숭어 중에서 원산지가 서해인 건 기억에 없었고 보통 남해산(완도/격포)이 많았으며
품질로는 남해산>동해산>>>>서해산이라고 한다. 낚시꾼들의 말에 의하면 서해산은 뻘냄새가 원체 심해서 튀김류 아니면 권하질 않는다고 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일단 숭어는 바다에서도 강물에서도 살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어종이다.
좋게 말하면 생명력이 좋지만 달리 말하면 '더러운 물'에서도 사는 녀석이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서 숭어의 위생&기생충에 대해서 가끔 말이 있긴한데, 숭어를 고를 때 상처가 나거나 한 녀석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자.
*또 하나, 가숭어와 참숭어의 맛이며 외관 부르는 명칭이 지방마다 워낙 다르고 해당 글의 범위를 넘어가기에 이는 다루지 않음
농어
2kg이상 3kg 미만: kg 당 2~2.5
3kg 이상: kg 당 2.5~3.5
제철: 6월 중순~8월 말
여름에 수산시장을 가게 되면 상인들이 가장 추천하는 어종이다. 농어과 녀석답게 잘 생겼고 늘씬하다. 수율은 좋지 않은편이다.
사실, 나는 농어를 먹어보긴 했는데 대물농어를 먹은 게 아니라 조그만 녀석을 먹어본 게 다라서 맛에 대한 평가는 못 내리겠다.
다만... 내가 먹은 그 작은 녀석은 맛이 없었다. 올해 여름엔 꼭 농어를 먹어보고 싶다.
농어회는 다른 생선에 비해서 비쥬얼적으로 좀 떨어지는 녀석이다.
농어회의 혈압육은 검은 실핏줄이 듬성듬성 나있으며, 회 역시도 묵색깔을 띄고있다.
요즘엔 이 검은 실핏줄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하는 말도 있다.
밑의 경우는 자연산 대물농어인데 위에서 말했듯이 크기가 큰 녀석이라 분홍빛의 혈압육을 띈 부분도 보이고 검은 실핏줄이 확연히 적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걸 먹으려면 낚시를 하든지 아니면 돈을 때려부어가면서 단체로 주문해 먹는 방법밖에 없겠지만.
우럭
1kg 미만: 1.5~2
1kg 이상~2kg 정도: 2~2.5
제철: 겨울
막상 우럭을 쓰긴 했다만 우럭을 별도로 회로 사서 먹는 건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첫째로는 워낙 대가리가 커서 회가 조금 나오는 녀석이고
두번째로는 비싸다. 뭐, 노량진에서도 우럭을 단품으로 먹은 기억은 별로 없고 잔우럭(1kg미만은 작은 우럭)을 서비스로 받고
그걸 회로 뜬 다음에 우럭매운탕으로 먹은 기억밖에 없다..
우럭회는 꽤 분별하기 쉬운데 대표적인 구분 포인트는 회를 뜨면 저렇게 검은빛으로 껍질 제거한 흔적이 남아있다.
맛은 그냥 무난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우럭을 단품으로 먹다기보다는 항상 섞여있는 상태에서 먹으니까 맛이 잘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옳겠지.
그래도 서비스로 딸려오는 잔우럭으로 만든 매운탕때문이라도 가성비는 훌륭한 편이다.
감성돔
Kg당 3~4
먹어 본 적 없다. 그래서 제철도 모른다.
물론 먹어 본 적 없어서 맛도 모른다. 제철도 관심이 없다... 돈 벌어서 사먹자.
돔 종류 중에는 뱅에돔, 돌돔, 강당돔 등의 녀석들이 있는데 얘네들은 kg당 7~10만 가까이 가는 녀석들이다.
감성돔도 먹어 본 일 없는 마당에 저런 애들은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기에 저놈들은 넘어가겠다.
아, 참고로 참돔과 마찬가지로, 감성돔이라 사기치며 팔리는 어종이 있는데 걔가 바로 틸라피아. 이른바 역돔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이 역돔도 앞서 말한 점성어와 함께 묶어서 다루겠다.
민어
시세: 싯가 (그날그날 다름)
민어는 여름한정 계절생선인데, 맛이 기가 막히다. 다만 기본적으로 6kg씩은 되는 녀석들을 먹어야하는 어종이라서 학생들인 우리로는 먹기 힘든 녀석이다.
보통 회를 좋아하는 어르신의 생신잔치나 요즘같은 복날에 대용되는 생선으로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올라운드 생선이다.
다만 성격이 매우 급한 탓으로 활어로 먹는 것은 사실상 산지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민어를 먹었다 하면 90%는 선어를 먹는 것이니 활어가
아니라고 개의치 않아도 좋다.
물론 6kg짜리를 뜨면 저렇게 4-5접시는 나올 거다. 민어는 껍질을 데쳐먹기도 하고 알을 먹기도 하고 부레를 먹기도 하는데
이렇게 대물생선은 특수부위를 먹는 맛도 있다. 민어는 머리로는 지리나 탕을 끓여먹고, 민어전도 무척 맛있는데
내가 먹어본 회로는 민어를 No.1으로 꼽고 싶다.
능성어 (양식 다금바리로 불린다)
Kg 당 7~10 만원
예전에는 말이 많은 녀석이었으나 지금은 능성어가 많이 알려져서 그다지 논란이 되진 않는 어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얘는 수산시장에서 다금바리로 팔린 녀석이야. 어른들이 회하면 "제주산 다금바리"를 부르짖던 바람에
수산시장에서 다금바리라고 써져있는 걸 보고 다금바리라해서 먹었다가... 알고보니 이게 다금바리가 아니라서 말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녀석의 이름은 능성어다. 속고 먹었다고 기분나쁠 수도 있겠지만, 얘도 무척이나 고급어종이라서 큰 문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진짜 다금바리라면... 애초에 kg당 8만원이란 게 넌센스이기 때문에.
뱀다리를 달자면 다금바리는 그 이름 때문에 참 말이 많은 생선인데
그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제주도 다금바리'의 정식명칭은 정작 자바리인데
실제로 제주도가 아닌 데에서 정식명칭이 다금바리란 녀석이 존재하거든. 그러니까
제주도산 다금바리=자바리랑 정식명칭이 다금바리란 녀석과는 다르단 거다.
거기다가 능성어까지 사이에 끼여버리니... 어지간히 골때리는 관계가 된 거다.
그렇다고해도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먹을 일이 없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성어 및 다금바리는 맛도 모르고 제철도 관심이 없다.
이쯤에서 어종에 대한 기본정보와 시세는 마무리하고
앞에서 말했던 짝퉁어종으로 논란이 된 녀석들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우선적으로 노량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짝퉁 녀석은 단 하나. 점성어가 되시겠다.
점성어는 썰어놓으면 참돔회와 매우 유사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바꿔치기로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생선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짝퉁어종으로는 망상어/틸라피아(역돔) 정도가 있다. 틸라피아는 유통이 되고는 있다는데 내가 본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일단 문제의 점성어를 살펴보자.
점성어를 먹는 게 문제가 되냐 자체는 사실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점성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산시장에 점성어를 구매하려고 오는 손님은 없는데 99%의 활어소매상에서는 이 점성어를 들여놓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도 찾지않는데 점성어를 들여놓는다? 그건 말이 안된다.
역으로 추리하자면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있다는 건, 점성어가 '원치 않는 소비자'에게 속여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점성어를 참돔이라 속여파는 것이고... 거기다가 점성어는 중국산 양식이 대부분인데
중국산 양식은 항생제를 엄청나게 사용한다. 또 점성어는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
중국산 양식+항생제+더러운 수질.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이러니 문제가 되는 생선이고...
일단 사진을 보면 점點성어라는 이름답게, 꼬리에 큰 점이 하나 박혀있다. 딱 봐도 참돔과는 다르게 생겼다.
그런데 왜 이거를 참돔이라 속여파는 거고, 또 그걸 또 당하는 건지 의아해할 수 있겠는데
그건 앞에서도 말했듯이 일단 "썰어 놓으면" 문제가 되는 거다.
밑의 사진을 보자.
첫번째 사진은 점성어고 두번째 사진은 참돔회다.
참돔회의 경우는 마쓰까와를 해서 내놓으니 쉽게 알 수 있다. (점성어는 마쓰까와를 안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밑의 사진으로 보면 사실상 비교하는 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회를 썰 때 혈압육을 조금 손질하면... 숭어랑도 헷갈리도록 변신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숭어는 얼마 안 하는 생선이라서 이렇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참돔은 비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썰어놓은 참돔과 점성어는 비교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일단 참돔을 회를 뜨면, 그 자리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노량진의 시스템은 회를 뜨고->양념집으로 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생선을 잡고 회를 뜰때
사장이 "식당 예약해둔 곳 없으면, 저기 일베식당으로 가시죠. 가 계시면 갖다 드리겠습니다."라고 권한다.
이렇게 손님이 가면... 불량업자는 이 틈에 회를 바꿔친다거나 남은 걸 빼돌린다거나 하는 것이다.
너무 노량진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있는 사례고 당한 피해자들도 많고
당장 노량진 수산시장 초입에서 스티로폼 접시에 담겨져 있는 회만 봐도
'마쓰까와 한 숭어와 역돔'으로 구성된 상품이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점성어는 이쯤하면 됐고, 다음으로는 망상어와 틸라피아를 알아보자.
틸라피아 (역돔)
망상어
여기서 일단 망상어는 문제가 안된다. 회로서 상품가치는 없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관상의 이유로 감성돔과 얽히는 생선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틸라피아인데, 틸라피아는 싸구려 웨딩뷔페나 옛날 마트에서 납품되던 저가+더러운 생선이다.
문제는 이게 생겨먹은 것도 나름 돔처럼 생겼고, 또한 썰어놓으면 아리까리하게 생겼다는 데 있다.
생겨먹은 것으로 구분하자면 그래도 꽤 구분하기 쉽다.
물론 같이 비교하면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문외한들에겐 한 눈에 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이렇듯 구분 포인트는 등 지느러미와, 꼬리가 되시겠다. 딱 봐도 지저분하게 생긴 놈이 역돔이고 잘생긴놈이 감성돔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그래도 점성어와 비교하면 역돔은 무척무척 구분하기 쉽다. 혈압육이 굉장히 직선적이고 명확하게 구분되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점성어가 더 구분하기 힘든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으로 어종&시세와 함께 짝퉁어종까지 알아보았다.
다음은 양념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양념집에 관하여
B. 양념집에서 바가지를 쓸 경우에 대비한 이야기도 해주겠다.
우선 양념집이란 것은 꽤 짜증나는 수산시장 시스템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기본적인 시스템은 회를 떠오면
양념집에서는 쌈장과 상추를 세팅받고 매운탕이나 구이, 밥, 소주 등을 별도로 사먹는 장소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왜 짜증나는지 말하자면
1인당 일단 2,000~3,000의 자릿세는 그려려니 한다고 친다.
소주값 3,000원도 이상 없다.
매운탕부터 꽤 고개가 갸웃해지는데. 3인~4인 이상이면 매운탕을 시키면
공임료(서비스를 말함) 무조건 大자로 '주문해야' 한다는 둥의 강제사항이 있다.
동네횟집에서는 당연히 회를 주문하면 매운탕은 서비스인데, 양념집은 그런 것이 없다. 물론 활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다른 형태의 수익을
도모하는 건 이해한다쳐도 이건 너무 강제적이고 상인들만을 위한 일방적인 방식아닌가.
그리고 참돔이나 새우를 가져갔을 때... 이걸 구워달라고 하면 공임료로 또 1만원을 받는다.
아니면 새우의 경우 '한 마리'당 구워주는 공임료를 받기도 한다.
민어의 경우 민어전을 구워달라고 하면 또 공임료를 받는다.
그러니까 일반 횟집에서는 매운탕이 '공짜'인데, 여기 양념집이란 데서는 별별 명목으로 공임료를 다 받아간다는 것이다.
더욱이 얘네들 중 악질가게는, 손님이 많이 취하면 가격을 속여서 부르기도하고... 공임료의 경우 시키지도 않은 것 시켰다고 말한다거나
서비스로 준 것(초밥이나 멍게젓갈)을 나중가서 값을 내라고 하는 등 경우도 많이 연출된다.
매운탕 거리를 맡기면 참돔을 들고왔는데 우럭 대가리가 들어가있다거나
킹크랩을 쪄갖고 나왔는데 양이 줄어들고, 민어전을 구워달라고 맡겼더니 단골손님한테 서비스로 빼돌린다거나 등등...
위생상태도 안 좋고 불편하다. 의자식이 아니라 죄다 좌식이고 친절함마저 없기 때문에 바가지+불친절에 기분이 확 상할 수도 있는 곳이다.
활어를 구매할 때와는 달리, 여기는 대처법이 없다. 그냥 안가는 게 최우선이고 차선은... 그냥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흥정에 관한 추가팁과 회가 저렴해지는 때
1. 생선 꺼낸다고 죽는 거 아니다. 생선 꺼냈다고 "저거 나 때문에 죽는 거 아니야?"라면서 덜덜 떨지말고 침착하게 거래해라.
2. 저울에 무게를 잴 때 바구니 두 개를 겹쳐놓았는지 보아라. 바구니 작은 건 300g 큰건 500g이다. 생선무게를 잴 때 꼭 빼고 계산해라.
3. 바구니가 다가 아니다, 생선 날뛴다고 뜰채로 지긋이 바구니나 생선을 누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태클을 걸어라.
태클을 걸라는 게
"어이 씨벌! 나가 호구로 보이능가?" 이러라는 게 아니라
"아~ 사장님 이건 빼고 계산하셔야죠. 이 무게는 제하고해서 이 가격으로 해주시죠."라는 식으로 역공을 하라는 거다.
아니면 아예 "아~이러시면 곤란한데~"이러면서 옆 가게로 슬슬 가려는 시늉하는 것도 좋다. 분명 거기서 잡을텐데 그때 역제시를 해도 되고.
역공의 패턴은 꽤 다양하게 운용된다. 아쉬울 거 없다. 주변이 죄다 가게인데.
물론 위의 바구니 사례도 적용된다.
회가 저렴해지는 시기는
1. 일요일 저녁
2. 다음날이 평일인 공휴일 저녁
3. 7시 이후 파장... 이렇게 되시겠다.
4. 비오는 날
5. 요즘같은 장마철과 여름
1.2.3의 경우는 단순히 시간상의 문제이지만
4.5는 조금 다르다. 이는 신선도에 대한 인식이 낳은 결과인데, 어찌보면 나처럼 회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를 역이용해서 싸게 먹기도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활어는 여름이거나 비가 온다고 특별히 안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오해는 장마/ 습도/ 부패라는 개별적인 이미지가 생선회에 적용된 것이 1차적인 이유고
두번째로는 옛날에는 비가 올 경우 배가 뜨기 힘들고->이로 인해 신선한 회의 보급이 늦어지고->수족관에는 신선하지 않은 회만 있음.
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2차적인 이유다. 그런데 요즘엔 이것도 다 옛날이다.
그리고 활어는 원래 '그날 들어온 것'보다 2~3일정도 안정을 찾은 게 더욱 맛있다.
생선도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상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애와 환경에 적응된 애 중에서 누가 상태가 좋을진... 자명한 일이다.
대표적으로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을 수족관에 넣으면 얘가 뒤집어져서 헤엄을 친다.
급격한 수온차로 얘가 적응을 못한다는 것.
또한 바다에서 잡힌 생선은 손으로 건들거나 자극하지 않는 한 숨을 고르게 쉰다.
반면 수산시장에서 최근에 들어온 생선은 펄떨펄떡 뛴다.
이들은 환경적으로 적응되지 못한 것인데, 보통 수조의 물을 뿌려주면 안정을 되찾는다. 역시 익숙한 환경에 들어서면 얌전해지고...
다만 더운날은 사시미나 도마 등의 관리가 오염되기 쉽다는 것과 어패류와 선어는 먹기에 좋지 않다는 건 인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은 회를 뜨는데 자리를 뜨는 동안 회를 바꿔치기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있다. 농담이 아니라...)
그러니까 절대로 회를 뜨는 동안 자리를 뜨지 말고 지켜봐라. 진짜 감시하는 자세로 보진 말고... 손님 구경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보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역대급 스압이라고 할 수준인데,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생선의 경우 아무래도 나보다는 지역에서 관련 업종 종사자의 아들들이 훨씬 잘 알지만
나름 좆문가 수준의 선에서, 최대한 알기 쉽도록 써봤다.
쓰는데 한 3시간 걸렸네. 리포트 수준의 양이 된 것 같다.
요괴놈들이 민어회에 당근들어가있다고 당주화만 안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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