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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블] 결혼 후, 김치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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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평소보다 잠을 덜 자서 그런지 눈도 붓고, 피부도 퍼석퍼석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연스레 아침에 부스럭거리며 헐레벌떡 회사나갈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살짝 짜증이 난다.


'..나갈거면 좀 조용히 나가지, 잠을 깨우고 그래..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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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 이불은 정리할 생각도 하지않은 채,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거실로 나간다.


불을 켜지 않아도 채광이 좋아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강남에 위치한 한강조망권 고층 아파트.


'집은 이런데서 살아야지..공동명의하길 정말 잘 했어'


혼수는 3천 남짓 해 온 것이 전부지만, 단독주택에서는 죽어도 못 산다고 울며불며 파혼 직전까지 갔던 


옛 기억이 생각나 웃음이 나온다.


"우리 결혼 다시 생각해보자" 한 마디에 화들짝 놀란 남편이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한 이 아파트.





상상을 초월한 빚 덕분에 남편은 신혼생활은 커녕 2잡을 뛰느라 바쁘지만,


뭐 어차피 같이 살 집이고, 그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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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로 가 혀에 착착 감기고 내 몸에 아침이 왔음을 알리는


핀란드산 생수 '노르딕 코이뷰' 를 꺼내어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역시 물맛은 핀란드산이 목넘김이..응?'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김치년이 쳐다본 곳은 싱크대.


아침을 챙겨먹지 못해 남편이 후다닥 먹은 토스트 접시와 우유컵이 그대로 놓여져있던 것.





'버릇이 잘못들었어...'


거실의 대형 tv로 향해 막장드라마의 대명사, 아침드라마를 틀어놓고 보며


소파에 널브러져 휴대폰으로 카톡을 날린다.





'자기야~ 바쁜 건 알겠는데~ 자기 먹은 건 자기가 치우고 가야지~! 이따 퇴근해서 치워야해 알았지?'





그 이후로 남편의 카톡이 몇 개 오지만


확인하지도 않고 휙 던져놓은 채, 시선은 tv에 고정시킨다.


형부와 바람이 나고,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고, 친오빠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배다른 오빠에


갑작스런 순간, 기억상실증에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드라마.


매번 비슷한 스토리라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볼때마다 왠지 새로운 기분이 든다.





그렇게 한없이 tv를 보다가 문득 배고픔이 느껴져


자기와 비슷한 '급' 의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낸다.


'우리~ 오늘 브런치 할까? 가로수길에서 보는 거 어때?'


100이면 100 전부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빠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기면, 그 즉시 뒷담화의 제물이 될 게 뻔하니까.





비싼 바디 제품으로 샤워를 하고,


딱히 국산에 비해 기능이 별반 차이나지는 않지만 가격은 수십배가 차이나는 수입 화장품으로 메이크업.


속옷부터 겉옷까지 '명품' 티가 나지 않는 '명품' 으로 치장한다.


'요즘은 너무 티나면 촌스러워'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과정.


가방 고르기.


무수히 늘어놓은 핸드백을 보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루이비통은 너무 흔하게 풀렸고, 구찌는 오늘 옷에 어울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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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 꾸밈비로 마련한 샤넬백을 선택한다.


친구들 대부분이 샤넬백을 가지고 있어서 그다지 특별해보이진 않겠지만...


"쩝"


입맛을 다시며 '다음엔 에르메스 버킨백' 을 사달라 하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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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 문을 잠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휴대폰 달력을 이리저리 훑어본다.


결혼기념일이 빠른지,


자신의 생일이 빠른지,


뭐가 되었든 빠른 날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가져야 하니까.





도로로 나오자마자 뜨거운 열기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핸드백에서 잽싸게 선글라스를 꺼내어 얼굴에 쓰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선다.





직접 차를 운전하면 좋겠지만.


불과 며칠 전,


브레이크에 왼발, 악셀에 오른발을 올려놓고 운전을 하다가 


그만 헷갈리는 바람에 차를 반파시킨 것.





'어쩔 수 없지 뭐, 실수니까'


몇 대의 일반 택시가 자기 앞에 섰지만 왠지 자신의 급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모범 콜택시를 불러 가로수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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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커피숍에 도착해보니 이미 진을 치고 있는 친구들.


하나같이 판에 찍은 듯한 얼굴에, 같은 디자인의 샤넬 백, 심지어 선글라스 스타일도 엇비슷하다.


다들 웃으며 반기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위아래로 스캔하기 바쁜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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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영양가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사진찍기 예쁜 브런치들을 몇 개 주문하고, 


우울한 기분을 달래줄 생크림이 잔뜩 올라간 카라멜 마키아또를 홀짝이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주된 대화 내용은


아침드라마 내용.


남편이 돈을 더 벌었으면 좋겠다.


살 빼야 하는데 어디가 지방흡입을 잘 한다더라.


주름 없애는 병원 잘 아는데 같이 가자.


나아가 화장품은 어디 것이 좋다. 신상 백이 나왔다더라...등등.


그러면서도 은근한 자랑과 질투가 뿜어져나오는 아슬아슬한 대화.





그렇게 해가 떨어질 무렵까지 수다를 떨고 친구들과 헤어져


모 백화점의 여성관과 명품관을 한 번 싹 훑고 지나간다.


남편 카드로 값비싼 블라우스와 구두를 몇 개 사고 백화점을 나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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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이벤트홀 가판대에서 이월된 남성 셔츠를 싸게 파는 것을 보고 몇 장 집어서 계산한다.


"이거 택 가격 수정되죠? 10만원으로 좀 바꿔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왠지 스스로 현모양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미소가 지어진다.


'나같은 와이프가 어디있어...'





그리곤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딱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예인이 다니고, 트레이너가 꽤 잘생긴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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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PINK 가 큼지막히 박힌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아주는 트레이너.


남편에 비해 꽤나 잘생긴 외모와 균형잡힌 몸매를 훑고 있노라면 왠지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아, 힐링된다'





5분정도 런닝을 하고,


트레이너와 수다를 떨고,


맨손체조 몇 분 하다, 


또 트레이너와 수다를 떨기를 몇 번이나 반복.


이미 아는 자세도 다시 봐달라며 앙탈부리고,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트레이너의 손길에 왠지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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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


'바람피우는 게 아니야, 개인 트레이넌데 연락처 정도는 알아놔야지...'





그렇게 헬스장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 김치년.


아직 남편이 들어오지 않아 시계를 보니, 지금쯤이면 2잡을 마무리할 즈음.





쇼핑한 품목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이리보고 저리보면서 흐뭇해하는 사이 집으로 들어온 남편.


피곤에 찌들어 푹 들어간 눈과, 듬성듬성 난 수염이 하루의 고단함을 대변하는 듯하다.


순간 김치년의 표정이 굳으며 앙칼진 목소리를 내뱉는다.


"지금이 몇시인데 이제 들어오는거야~ 어휴, 얼른 씻고 설거지좀 해 줘. 그리고 셔츠 몇 벌 사왔어 입어봐"





식탁에 툭 내던진 셔츠 몇 벌을 본 남편은 '그래도 내 와이프밖에 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활짝 웃는다.


'이 때다' 싶어 말을 건네는 김치년.


"나밖에 없지? 그런데에~ 우리 차 언제 다시 사? 응? 이번에는 좀 좋은 차로 사자~ 응? 응?"





그렇게 늦은 밤 앙탈부리는 김치년과


빚에 빚을 안고 갚기 바쁜 호구 남편의 실랑이를 뒤로한 채.


거실 한 켠에 걸려있는 대형 결혼 액자에는 장마철 먹구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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