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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ssul

물류센터에서 일한 썰.ssul (생생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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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없어 물류센터를 가야될것같다.

반나절을 고민하다 용기내서 문자를 보내자

아웃소싱 관계자한테 전화가왔다..

20대중후반 여자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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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근무할사람이없어 내게 연락을줬단다.

난 매번 간다고해놓고 안간 악성블랙이었지만,

이번에 온다면 예외적으로 풀어주겠다고했다.

급전이 필요해서 가릴처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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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에 억지로 몸뚱아리를 일으켜세우니, 심장에 과부하가 걸린기분이었다..

얼마전 심장병으로 죽은 17년된 개생각이 났다..

밥을대충 말아먹은뒤, 잡생각이 들기전에

얼른 지하철을 타고 천호역까지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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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근처에 살았지만 

일병휴가때 찾았던 집창촌(텍사스던가..)

이후로 천호역가는길이 이렇게 긴장되긴 처음이다.


지하철역에는 후줄근한 잠뱅이를입은 일용직 잡부들이 모여있었다.

노숙자와 창녀..

일반인이 한군데 뒤섞인 천호역 특유의 

누구나 다 거쳐가는 분위기가 아직도 참..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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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를 빠져나와 추어탕집앞에 도착하니

이미 나같은 사람들이 대여섯명 모여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듯한 50대 남자 두어명과..

그런 남자들로부터 이삼미터 거리를두고,

떨어져있는 삼사십대 여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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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타고..물류센터에 도착하니 

주말이라 얼마없을줄 알았는데, 전국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어림잡아도 백명은 넘어보인다..

롱패딩을 입은 대학생의 여자애들과..

히히덕거리는 2,30대 커플,화장을잔뜩한 여자, 그속에 있는듯없는듯 서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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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시작되자 핸드파렛트라는 기구로

지게차가 쏘아주는 물건을 죽어라 날라댔다..

후회가 들었다.

그러나 여자도 하는 이정도 막노동도 못하면

완전 쓰레기로 전락해버리고만다.

살 가치가 없어진다는 생각이들자

쓸데없는 오기가들었다..


매사에 심각한성격이 날 고립시킨다는걸

알면서도 고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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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시야 밖에 안보이는..

이상한 몰입상태에서 죽어라 진열을 해대는데,

조장이 내게 다가와 안쓰러운지 쉬엄쉬엄하라고 말했다..


예.. 고작 한마디 대답하고, 옆을 돌아보는데 마스크를 쓴여자가 안경쓴남자의 머리에서 

먼지를 떼어주고있었다..

여자가 마스크를 벗는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않고 보니,

해골바가지같이 볼이 쏙들어간 여자였다.


범생이같은 남자와 여자의 애정행각에 

열등감을 느끼다가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아니 그것보다..녀석들은 처음부터 일할생각이 아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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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동네 마실이라도 나온마냥,

남들이 파렛트물건을 두개씩 뺄때

고작 한개를 할까말까였다.

설렁설렁 걸어다니다가 안경재비랑 눈이맞으면 배시시 웃으며,

진열품을 우아하게 선반위에 꽂아넣었다..

태생적으로 느긋한것인가

나와 정반대의 여자에게 토악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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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주변눈치를 의식하는듯 해보였지만..

아무튼 답답하긴 매한가지였다

혼자서만 죽어라 물건을 나르다가, 

이건 도저히 아닌것같았다

아,지금 진열할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뭐하는거야 씨발.속으로 쌍욕을 씹었다.

여자를 노려보면서, 파렛트를 신경질스럽게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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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정도가 분노표현의 끝이었다.

부딪칠생각은 없었지만, 안경재비가 

깜짝놀라 여자를잡고 자기뒤쪽으로 몸을 잽싸게 돌렸다.

다른데 진열해도 되는데,

내가 굳이 자기들을 향해 다가오니 위협감을 느낀모양이었다.

모른척 진열을 쑤셔넣으며 속으로 반쯤 성공이라는 비열한 쾌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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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이 되자 밥을먹으려고 줄을 섰다.

안경잽이와 여자가 먼발치에 서있었다.

비참했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억지로 밥을 쑤셔삼키고, 

단무지도없이 돈까스튀김을 씹어넘겼다...


휴게실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콩나물시루처럼 꽉차있었다.

날이추워서 밖에 나갈수도 없어 

억지로 자리를비집고 들어가 앉는데, 

조금전까지 같이 진열을하며 말을 두마디정도 섞었던 모자쓴 아저씨가

주변를 두리번거리며 들어오고있었다.

몇살일까

고개숙이고 눈을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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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나가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는데.. 

롱패딩을 입은 20대 여자무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지나가는사람마다 기분나쁘게 시선을 흘끔거리고있었다.

충동적으로 밖으로 나와,

햇빛이 비치는 건물외벽을 바라봤다.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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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서히 저물어져간다.

다 끝날때가 되서야 맨정신에 쉴수있는 용기가 생겼다.

파렛트 사이에 처박혀 쉬는데, 문득 

여기서 뭘얻자고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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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푼돈 7만원 벌었구나


퇴근 버스에서 실소가 터졌다

흐흐 허허웃으니, 옆에 앉아있던 여자 한명이 병신보듯 쳐다봤다. 

집애 가는길이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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