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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ssul

1995년 지잡대 OT에서 있었던 일 썰.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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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995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전국을 뒤집어놓은 바로 그 해, 당시 고3이었던 나는 


공부는 뒷전이고 허구헌 날 불량스러운 친구들하고 오락실과 당구장을 들낙거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요즘은 양아치도 대학을 나와야 먹고 산다며 나를 설득해 대전의 명문 재배대 경영학과에 집어넣었다.


저렇게 반 강제로 가게된 대학인지라 나는 대학생활에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OT날도 대전 시내에서 당구나 치다가 씻지도 않고 냄새나는 추리닝 입은채로 마지못해 갔는데


집합장소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찐따들과 양아치들의 군상이 아주 가관이었다.


동기들의 한심한 모습을 본 나는 혀를 차면서 한쪽 구석에 있던 해묵은 여성동아를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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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씨이~~빨  쌔~끼들아! 전부 운동장으로 나와!!!"




갑자기 험상궂은 얼굴을 한 고학번 선배가 각목을 들고 강당 문을 박차고 들어와


신입생들에게 운동장으로 나오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사실 그는 단대장이었다.)


평소같으면 내 성격에 바로 그새끼 면상에 주먹이 날아갔겠지만 


생전 처음 겪는 기괴한 상황이다보니 어안이 벙벙해져 다른 동기들과 같이 조용히 운동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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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은 이미 얼차려 세팅을 마친 학생회 선배들이 각을 잡고 서있었고, 


개중에 예쁘장한 여선배 몇명이 패닉상태가 된 신입생들을 다독이며 대략 열 명씩 조를 짜서 각목을 들고 서있는 조장 선배들에게 보냈다.


흡사 칠무해를 연상케 하는 같은 7명의 조장 선배들은 각목 앞에 놓인 세숫대야에 


진로 소주 5병과 모래, 라이터, 낡은 슬리퍼, 솔방울 등을 넣고 휘휘 저은 다음 빨대를 뿌리고 신입생들에게 전부 다 마시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똥물을 섣불리 마시지 못했다. 그렇게 신입생들이 우물쭈물대자


아까 소리쳤던 단대장이 각목을 허공에 붕붕 휘두르면서 다시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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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대다수의 신입생들은 허겁지겁 빨대를 꼽고 그걸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엘리트 양아치 동기 6명은 못 마시겠다고 반기를 들었지.


그러자 단대장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는지 내 멱살을 잡았다.






(덥썩!!!)


"야이 개쌔끼야 돌았냐? 니가 죽고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뭐하냐 얘들아?"



단대장의 호령에 당황한 조장들이 각목을 다시 집어든 바로 그때,




(쨍그랑!!!)




".....!!!!"





그 자리에 있던 단대장을 비롯한 학생들 전원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선배들의 행패를 참다 못한 양아치 신입생 한명이 소주병을 깨서 고학번선배 목에 들이댔던 것이다.


다행히 멀리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 경영학과 교수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말리는 바람에 사태는 바로 수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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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선배들은 유화책으로 선회했고, 그날 저녁에는 OT의 꽃인 술판을 벌이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단대장 목에 깨진 소주병을 들이댔던 그 신입생은 알고보니 단대장과 같은 고향 출신이었고, 


폭탄주를 나눠마신 이후로 서로 둘도 없는 의형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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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년 후, 그 자신도 단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난 경영학과 과대가 되어 수많은 후배들의 OT를 이끌었고, 


지금은 30대 후반인데 아직도 PC방 알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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